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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디자인 기초지식

디자인 히스토리 02 - 디자인의 통합

by 디자이너 헤이즐 2021. 1. 14.

디자인의 통합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중요한 사건으로서, 디자이너들에게 커다란 위치를 차지해 온 것이 있다. 바우하우스의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바우하우스 로고와 건물

바우하우스는 1919년 독일의 바이마르에 창설된 조형 교육 기관으로, 그 일련의 움직임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나치의 탄압으로 1933년에 폐교될 때까지의 기간은 겨우 14년이었으며 가장 왕성했던 시기에도 몇 안 되는 교사와 200명 정도 불과한 학생들로 운영되었던 작은 학교였으나 이곳에서 형성된 '디자인' 개념은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곳에서는 벌써 기계 생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20세기 첫머리에 일어났던 다양한 예술 운동으로 만들어진 여러 조형 개념을 재정리했다.

 

과거의 형식과 결별하기 위한 해체 운동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을 표현하는 큐비즘(좌) 과 실존주의, 반문명, 반전통적인 예술 운동 다다이즘(우)

러스킨, 모리스에서 바우하우스까지, 끊임없이 밀려드는 신예술 운동의 폭풍이 세계를 석권하고 있었다. 큐비즘, 아르누보, 시세션, 미래파, 다다이즘, 데스틸, 구성주의, 절대주의, 모데르니스모 등 국가와 지역 혹은 이데올로기에 따라서 그 명칭이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한마디로 말해 과거의 형식과 결별하기 위하여 그것들을 한꺼번에 철저히 해체해 나가자는 과격하고 열성적인 시행착오가 유럽의 각 지역과 예술 영역 전반에서 일어났다. 그때까지의 장식 예술 역사에 축적되어 온 다양한 조형 언어 즉 장식의 스타일이나 인위적 기교 그리고 귀족적 취미로서의 성격 등은 이 해체 작업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러한 해체 작업 결과 기존의 조형과 예술의 제반 영역이 '영양이 넘치는 쓰레기 더미'가 되었다.

 

바우하우스의 발굴 작업과 새로운 조형

더욱 철저한 사상과 에너지로 이 영양 넘치는 쓰레기 더미를 검증하고 분해하여 사고라는 강력한 절구에 넣어 곱게 다지고 체로 걸러 내어 정리한 것이 바우하우스이다. 조형과 관련된 모든 요소는 여기서 일단 감각적, 사색적으로 검증되었고 '제로' 지점으로 환원되어 갔다. 그리고 더 이상 걸러 낼 수 없는 요소로 남은 것이 색체, 형태, 텍스처, 소재, 리듬, 공간, 운동, 점, 선, 면 등과 같은 조형의 기본 요소들이다. 이들 요소를 수술대 위에 깨끗하게 정돈한 후 이제부터 새로운 시대의 조형을 시작하자고 소리 높여 선언함으로써 새로운 조형 운동으로 한 발을 내디딘 것이 바로 바우하우스이다.

 

바우하우스 활동과 모더니즘

바우하우스의 다채로운 활동은 마치 빛나는 별들의 집합인 성운의 소용돌이 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식의 비유로 바우하우스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는 잘 안다. 바우하우스는 많은 사람들의 '활동'이었으며, 하나의 사상으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제반 예술을 통합시키고자 바우하우스를 구상한 발터 그로피우스, 신비주의적인 사상 경향을 갖고 있었던 요하네스 이텐, 정밀한 조형 이론으로 바우하우스 활동에 명확한 지표를 제시했던 한네스 마이어, 환원된 기본 조형 요소를 기초로 삼아 신시대의 조형을 강렬하게 전개했던 모호이너지,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생'의 문제로 보고 생명이 있는 것들이 형태를 이루는 힘의 원천을 탐구했던 파울 클레와 칸딘스키, '바우하우스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비일상의 모더니즘을 전개했던 오스카 슐렘머 등등 살펴보면 볼수록 그 속에서 다양한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다채로운 인재들이 한곳에 모여 활동한 결과가 바우하우스이며, 만약 이것을 더욱 세밀하고 미시적으로 탐색한다면 그곳에서 무한의 사색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다만 21세기라는 현재 시점에서 그 활동의 총체를 바라본다면, 그 빛나는 별들의 집합은 성운의 소용돌이처럼 보일 것이다. 역사는 가끔 면밀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 본질을 놓칠 수도 있지만, 여거서는 바우하우스를 멀리 있는 은하계처럼 생각하고 파악하고자 한다.

 

즉, 모더니즘이라는 틀 속에서 바우하우스를 계기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매우 순수한 형태로 성숙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책: 하라 켄야디자인의 디자인, 안그라픽스(2014), p14-16.
웹페이지: 위키백과, 2021년 01월 14일

이미지: unsplash @Guillermo Fer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