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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지극히 개인적인 책리뷰] 규칙없음 |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메이어

by 디자이너 헤이즐 2021. 1. 12.

책을 읽게 된 계기

2020년 12월부터 취업 준비 중이다.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지 2주 째.. 코로나로 채용시장의 규모가 많이 위축되어 있다는걸 몸소 체감하고 있다. 마음을 최대한 비우고 신입으로써 배울 수 있겠다 싶은 곳에는 모조리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넣고 있는데도 경력자만 선호하니 면접보러 오라고 오는데가 없다. 몇일 째 밤낮으로 채용공고만 보고 있자니 점점 폐인이 되가고, 취업이 안되는 이유를 부족한 자신 탓으로 돌리는게 제일 쉬우니까 자존감은 떨어지고.

 

그러던 와중 존경하는 인터랙티브 디벨로퍼 김종민님의 작업물을 보면서 어차피 시간이 걸릴 일이라면 나의 가치를 높이며 이 냉혹한 시간들을 채워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책이라도 읽자! 이 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은 <규칙없음> 부제는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은 넷플릭스에는 어떤 역사가 있는지 궁금했고, 구직자로써 앞으로 어떤 인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힌트도 얻고 싶어 읽게 되었다.

 


자유의 책임의 문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유의 책임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세 가지의 원칙을 세웠다.

 

| 먼저 인재 밀도를 구축하라

 

빠르고 혁신적인 직장은 소위 말하는 '비범한 동료들'로 구성된다.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지고 있는 비범한 동료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창의력이 남다르며 중요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긴밀히 협력한다. 이 첫 번째 점이 확실하게 자리 잡지 않으면, 다른 원칙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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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높은 인재 밀도를 구축하게 된 계기

2001년 봄 처음으로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수 많은 닷컴 기업이 사라졌다. 세계 최초 온라인 DVD 대여점으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당시 직원 중 3분의 1을 해고해야 했다. 이때 성과가 좋은 80명은 놔두고 그보다 못한 40명은 내보낼 명단으로 분류했다. 그 명단에는 실력이 대단한 동료와 일하면서도 평범한 성과로 버티는 사람들과 열심히 하지만 종종 판단력이 부족하고 도움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다. 또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지고 놀라운 성과를 올리지만 불평이 많고 늘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그 명단에 있었다.

 

직원들을 해고한 것이 모두에게 큰 아픔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달 뒤,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초 분위기에 힘입어 30% 줄어든 인원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던 80명은 이전보다 의욕적으로 모든 일을 신이 나서 처리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2001년 해고 사태 이후로 몇 달을 지켜보면서, 직원들의 열의와 리더의 책임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근무 환경이 갑자기 좋아진 이유와 그런 긍정적 에너지를 유지할 방법을 찾아내 보려 애썼다. 그리고 '인재 밀도'의 극적인 증가가 그와 같은 개선의 밑거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높은 인재 밀도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인재 밀도가 높은 회사이다.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은 인재 밀도가 전체적으로 높은 환경에서 특히 제 실력을 발휘한다. 서로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각 팀은 성과를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올린다. 그 떄문에 개인의 의욕과 만족도가 커지고, 회사 전체로 봐도 더 큰 성과를 올린다.

 

높은 인재 밀도를 구축하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점

성과는 전염성이 강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윌 펠프스 교수는 직장에서 행동이 강한 전염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했다. 4개 대학에서 차출한 학생들로 몇 개의 팀을 구성해 각 팀에 45분 안에 관리 업무를 끝내라는 과제를 주었다. 1등을 한 팀에게는 100달러를 상으로 주기로 했다. 학생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일부 팀에는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배우가 1명씩 끼어있었다. 테이블에 발을 올려놓은 채 문자를 보내는 데만 열중하는 '게으름뱅이'와 빈정거리기를 좋아하는 '삐딱이' 역할이었다. 한 달 동안 수십 차례 거듭된 실험에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성과가 무려 30%~40% 뒤쳐졌다.

 

더 놀라운 사실은 다른 팀원들이 문제가 되는 사람의 특성을 흉내 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배우가 게으름을 피우면 다른 사람들도 과제에 흥미를 잃고 그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 빈정거리면 다들 따라서 이죽거리면서 서로 거친 말로 모욕을 주었다. 배우가 우울한 말을 반복하면 모두 열의가 식어 결과도 시원치 않게 나왔다. 

 

높은 인재 밀도를 구축하기 위한 넷플릭스의 노력

넷플릭스의 경영진들은 최우선 목표인 지속적 전진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해고 사태 직후의 인재 밀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믿었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거나 본보기가 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은 해고하게끔 매니저들을 훈련시켰다. 로비의 안내요원부터 고위 임원진에 이르기까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서도 협동 능력이 탁월한 직원들로 넷플릭스를 채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 그다음 솔직한 문화를 도입하라.

 

가장 먼저 회사의 인재 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였다면, 그 다음 솔직한 문화를 조성하여 모든 사람이 서로 충분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솔직한 분위기가 정착되면, 상사는 더 이상 부하 직원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일일이 지적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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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솔직하기

CEO 리드 헤이스팅스도 한 때는 되도록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하면 상대가 기분 나쁜 표정부터 지으니, 가능하면 우회적인 방법을 쓰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좋지 않았다.

 

그의 첫 회사 퓨어 소프트웨어에는 일을 매우 신중하게 처리하는 아키라는 고위 간부가 있었다.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생각했던 헤이스팅스는 아키와 직접 해결할 생각 대신, 회사 밖에서 다른 엔지니어를 찾아 그들과 계약을 맺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아키가 그를 찾아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제게 불만이 있으면 직접 말씀해 주세요. 이런 식으로 뒤통수 치지 마시고요!"

 

이 같은 성향은 헤이스팅스의 개인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일이 바빠 1주일의 절반을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아내와 사이가 안좋아졌다. 상황을 개선해보고자 둘은 가정상담소에 방문했고 속내를 털어놓는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비로소 아내의 입장에서 둘의 관계를 보게 되었다. 헤이스팅스는 항상 "내겐 가족이 최우선이야."라고 말했지만 집에서 식사하는 일이 없었고, 밤에도 일만 했다. 이를 계기로 둘은 어떻게 해야 좋은 남편과 아내가 될 수 있는 지 조금씩 알게 되었고, 결혼생활도 생기를 되찾았다.

 

바람직한 솔직하기

헤이스팅스는 부부간의 서약서를 사무실에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직원들 모두가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게 독려했다. 단, 상대를 공격하거나 마음 상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선의를 가지고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후 자신의 감정과 의견,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한 것이다. 솔직한 피드백은 사무실의 성과를 새로운 차원으로 밀어올렸다.

 

넷플릭스 초대 CFO인 배리에게는 약간 우울한 증세가 있었다. 마케팅 책임자인 레슬리 킬고어는 헤이스팅스에게 배리의 그런 증세에 대해 긔띔해 주었다. 헤이스팅스는 가정상담소에서 느낀 바가 있어 그에게 직접 얘기해 보라고 권했다. 다음날 레슬리는 배리를 만나 그 얘기를 전달했고 배리는 레슬리의 피드백에 현명하게 대처했다. 레슬리에게서 받은 피드백을 팀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한 후, 자신의 기분이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지적해 달라고 부탁했다. 팀원들은 그의 기분이 가라앉을 때 마다 약간의 유머를 곁들여 그에게 솔직하게 일러주었고, 그는 다른 사람들과도 더 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

뒤에서 수군거릴 게 아니라, 당당히 마주 보면서 자신의 의견이나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명확히 전달하면, 책략이나 은밀한 소통이 줄어들고 업무를 더욱 빨리 처리할 수 있다. 그 때 넷플릭스는 이런 문구를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 헤이스팅스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와서 다른 사람에 대해 불평하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얘기를 그 사람에게도 했겠죠? 그는 뭐라고 하던가요?"

 

사교적인 경우든 업무와 관련된 일이든, 얼굴을 마주 보며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하다가는 금방 외톨이가 되고 심지어 회사에서 쫒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서는 그런 것들이 모두 허용된다. 동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도움이 될 만한 피드백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은, 회사에 불충한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그렇다.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도 돕지 않기로 한 것이니까. 

 

우리는 솔직한 것을 싫어한다(그러면서도 솔직하기를 바란다)

비판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누가 조금이라도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민감해져서 상대의 의도를 의심하고 화부터 내게 된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인간의 두뇌는 신체적인 위협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싸우거나 달아나는 반응을 보이는데, 혈류로 호르몬이 분비되고 대응 시간이 빨라지며 감정이 격해진다. 

 

이와 달리 '긍정적' 피드백은 두뇌를 자극하여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정직하고 상호 발전적인 피드백보다 그저 칭찬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진실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2014년 컨설팅업체인 젠거포크먼은 약 1,000명의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칭찬이 기분 좋은 피드백이긴 하지만 잘못을 지적해 주는 피드백이 긍정적 피드백보다 그들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힌 이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3배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긍정적인 피드백이 그들의 성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우선 기운이 빠지고 불쾌해진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람들은 해당 피드백이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을 고친다. 

 

피드백 루프, 솔직한 문화 조성

 2003년에 캘리포니아주 L.A. 남쪽의 작은 도시, 가든 그로브의 주민들은 한 가지 문제로 고심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차와 보행자 관련 사고가 유난히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운전자의 속도를 낮추기 위해 속도제한 표지판을 설치했고, 경찰은 이를 위반한 사람에게 범칙금을 부과했다. 그런데도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도시 엔지니어들은 방법을 바꿔서 즉석 속도표시기를 설치했다. ‘운전자 피드백’이었다. 여기에는 속도제한 문구, 레이더 감지기 그리고 ‘당신의 현재 속도’가 표시되었다. 운전자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현재 속도를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결과 학교 세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의 속도가 14% 떨어졌다. 심지어 그들의 평균 속도는 규정 속도 ‘이하’였다. 14%면 단순한 저비용 피드백치고는 대단한 결과다.


피드백 루프는 성과를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툴이다. 피드백을 협업 방식의 일환으로 꾸준히 활용하면, 사람들은 더 빨리 배우고 더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피드백은 오해를 피하게 해주고 공동의 책임감을 조성하며 위계와 규정의 필요성을 줄인다.


그러나 회사에서 솔직한 피드백을 권장하기란 교통 표지판을 설치하기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솔직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누군가가 요구할 때만 피드백을 주어라’.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고 비판은 사적으로 하라’와 같이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여겨졌던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어야 한다.


피드백을 제시해야 할지 고민할 때, 사람들은 두 가지를 놓고 갈등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그래도 그 사람이 성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넷플릭스에서는 간혹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더라도 서로 성공할 수 있게 도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올바른 환경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도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위한 4A 피드백 지침
피드백을 줄 때
1.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모습이 무척 거슬립니다”는 잘못된 피드백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식이어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습관을 고치신다면, 파트너들이 팀장님을 좀 더 전문가답다고 여길 것이고 그래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2.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쿠바에서 에린에게 준 피드백이 “교수님의 프레젠테이션이 메시지 자체를 망치고 있다”는 코멘트로 끝났다면 잘못된 피드백이었을 것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청중에게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구하게 되면, 결국 미국인들만 참여하게 됩니다.” 더 좋은 방법도 있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나라 출신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교수님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될 겁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
3. APPRECIATE(감사하라): 비판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려 드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반사적으로 자존심이나 체면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으면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자제하고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고언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며, 수세를 취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4.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넷플릭스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해 봐야 한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사심 없는 솔직함과 똑똑한 왕재수 짓을 구분하라

솔직함을 이유로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솔직한 문화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말하려면 4A 피드백 지침을 신중히 지켜야 한다. 상대방의 기분도 헤아려야 한다. 그러려면 피드백을 주기 전에 꼼꼼히 따져보고 준비도 단단히 해야 할 뿐 아니라, 책임을 맡은 사람들로부터 모니터링과 코치도 받아야 한다.

 

| 이제 통제를 제거하기 시작하라

 

높은 인재 밀도가 구축되고 어떤 행동이 회사에 유익하고 어떤 행동이 해로운지에 대해 공동체가 전체가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게 되면, 상사는 더 이상 부하직원의 업무처리 방식을 감시하지 않아도 된다. 넷플릭스는 '휴가 규정의 자유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믿음 하에 휴가 규정을 없앴다. 그리고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라는 단순한 지침 하에 출장 및 경비 승인을 없앴다. 넷플릭스는 휴가와 경비 규정을 도입한 후 다른 규정과 절차를 늘리지 않고, 역으로 자유를 늘리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두 번째 원칙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절차와 기법은 책으로 자세히 확인하시길 바란다.

 


책을 읽은 후

밀도있는 인재가 되기를 포기했던 나

나는 단연코 쉽게 살고자 했던 적이 없었다. 나는 열정적이었고 솔직했고 성과를 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일련의 경험들이 나를 바꾸어 놓았다.

 

대학생 때 휴학을 하고 작은 무역 회사에 들어갔다. 20대 초반 열정이 넘쳤던 나는 매일 늦게 출근하는 상사에게 어디시냐고 물어봤다가 상사에게 불려가 "다시는 네 윗사람이 어디있는지 물어보지 말아라. 어디 다른 회사를 가서도 마찬가지다" 라는 꾸중어린 조언을 들었다. 나는 그저 모두가 힘을 합치면 회사가 빨리 성장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에서 한 말이었다.

 

그 다음에 들어간 번역 회사에서도 노력한 만큼 스스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 믿으며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대다수 팀원들은 "열정페이 극혐, 받은 만큼만 일하자" 라고 입을 모으며 사기를 떨어뜨렸다. 

 

한국의 조직 문화

확실히 성과는 주변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나 홀로 밀도있는 인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는 부족하다. 밀도있는 인재들을 영입하고, 솔직한 사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경영진의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 하기도 전에 마주한 현실 때문에 졸업 후 나는 직장 내 과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선택했다.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뿐더러, 노력할수록 오히려 미련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저 그럴듯한 성과만 몇개 보여주면 그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고 조용하게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갈 수록 나는 더욱 평범해졌고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그래도 밀도있는 인재가 되고 싶은 나

남 탓만을 하고자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당시 일을 잘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더라면 주변의 말들에도 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도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과 만족이 없었기에 더 늦기 전에 나는 내가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을 해보자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미 밀도있는 인재

주변에서는 그동안 내가 배운 것들이 아깝다고들 말한다. 계속 했더라면 지금쯤 잘 자리 잡았을텐데- 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에 배웠던 것들은 여전히 내 DNA에 축적되어 남들과는 대체될 수 없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쩌면 나는 이미 밀도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서 준전문가의 수준에 달성하는 것 또한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다. 이 또한 열정과 솔직함 그리고 성과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 일본인 트위터 @toyomane에서 이런 글을 본적이 있다.

 

공부란 '머리속에 지식을 쑤셔넣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행위' 라고 생각한다.
뉴스의 배경음악에 불과했던 닛케이 평균 주가가 의미를 지닌 숫자가 되거나
외국인 관광객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거나
단순한 가로수가 '개화 시기를 맞이한 배롱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 '해상도 업그레이드감'을 즐기는 사람은 강하다.

혹자는 나의 이력을 보고 하나를 끈덕지게 못하는 잡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난 스스로를 '해상도 업그레이드감'을 즐기는 배움에 빠르고 유연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더 밀도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 보완해야할 점

앞으로도 나는 '밀도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 배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남에게 상처주거나 미움받기 싫은 마음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는데,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말한 것 처럼 솔직하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상대방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 반대로 '감사한 마음'으로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되도록 마음가짐을 늘 정돈해야겠다.